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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지

8월 고추농사 날씨가 고추수확에 미치는 영향

by 감성총각 2017.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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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오랜만에 이렇게 농사일지를 작성하게 됬습니다. 이런 저런 핑계만 대면서 농사일지를 소홀히 했더니 6월에 작성한 고추농사 일지 이후 두달만에 하는 8월 고추농사 일지 입니다. 두달만에 하는 고추농사 이야기인 만큼 그 동안의 이야기인 고추수확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올해는 이상하게도 날씨가 극단적인 경우가 많았는데요. 고추가 성장해야 하는 시기인 6월에서 7월초까지는 엄청난 가뭄으로 고추들이 마르고 비틀어져서 키가 재대로 크질 못했습니다. 비가와야 물을 먹고 성장을 할텐데 정말 1달을 거의 비가 없다시피해서 1주일에 한 두번씩 스프링쿨러를 설치하여 방둑의 물을 끌어다가 고추에 물을 줘야 했습니다. 이게 한번 설치만 하면 끝나는게 아니라 2~3시간 간격으로 위치도 옮겨줘야 하고 경운기로 하는 거라서 엔진이 열받지 않도록 관리도 해야하고 기름도 넣어줘야 해서 정말 돈과 시간이 드는 작업입니다.



한번 스프링쿨러를 돌리면 거의 2일은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2~3시간 간격으로 계속 위치를 옮겨 줘야 하기때문에 저녁에서 새벽에도 일어나서 위치 옮기고 작동하고 옮기고 작동하고 몇번 하다보면 힘도들고 피곤함때문에 정신이 몽롱해집니다. 거기다 다른일도 하질 못합니다. 계속 신경써줘야 하기때문에 어디 멀리 갈 수도 없을니 다른 일처리가 늦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가뭄이 근 1달간 계속 되는 바람에 고추에 물을 대느라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고추는 시들시들 말라가고 성장도 더뎌서 지난해보다 고추의 성장이 절반정도 밖엔 미치질 못 했습니다.



7월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고추를 수확해야하는 시기가 찾아왔는데도 불구하고 수확할 고추가 없어서 고추수확시기가 미뤄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미뤄질 수 없기에 7월 초순경에 첫 고추수확을 시작 했습니다. 보통 본격적인 고추 수확을 하기 앞서 미리 익어버린 고추를 수확하는걸 '초물을 딴다' 라고 말하는 데요. 초물고추는 보통 크기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첫 고추다 보니 영양상태는 좋습니다.

하지만 건고추나 고춧가루로 만들었을때에 오래 보관하면 고춧가루가 붉은빛이 약간 검붉은빛으로 변하는데요. 햇볕을 보면 다른 건고추나 고춧가루도 그렇게 변하긴 하지만 특히나 초물고추에서 두물고추까지는 검붉게 변하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하고 정도도 심합니다. 그렇다고 고추가 변질되거나 상태가 나빠지는 것은 아니니 걱정하실것은 없지만 색감때문에 아무래도 상품성이 떨어지는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맛이나 상태엔 변화가 없지만 색이 검붉은빛이나 보니 외관에서 좋지 않은 고춧가루로 오인하고 거부하시기도 하고 김치를 담궜을때 색이 발갛게 나오질 않아서 사용하지 않으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하거나 변질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초물이나 두물고추도 사용 하셔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보통은 세물고추가 가장 크기도 하고 맛도 있어서 가장 많이 찾는데요. 그시기가 수확량 또한 많습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날씨가 받쳐주질 않아서 예전만큼의 수확량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7월 초중반 까지는 비가 없다가 7월 중반쯤이 되니 장마가 시작되면서 끊임 없이 비가 와버린 건데요.

비가 온건 좋았지만 비가 한번에 너무 많은 양이 와버리는 관계로 고추 고랑에 물이 차고 물이 다 마르기도 전에 또 다시 비가 오기를 반복하여 유독 병충해도 많았습니다. 벌레도 많이 생구요. 고추는 정말 키우기 까다로운 작물 인데 가물면 말라죽고 비가 많이 오면 물러지고 병충해로 죽습니다.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비가 많이오면 고추가 익다가 물러져서 썩어버립니다.

물러져버린 고추는 다 떨어져 버리고 떨어지고 썩은 고추는 벌레과 병을 퍼트리게 되고 그게 반복되는걸 막지 못하면 고추농사가 망하는 것이지요. 흔히 고추는 '약이차야 먹는다' 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고추는 키우기 어려운 작물이라서 농약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야기인데 요즘엔 농협에서 인체에 해가 되는 농약을 단속하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습니다.

불시검문으로 잔여약성분을 측정하고 잔여약 수치가 높거나 쓰지 말아야할 품목을 사용하면 판매를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깐 약을 한다고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무튼 날씨때문에 이렇게 썩고 물러지는 고추가 많아서 8월 현재까지의 올해 수확량이 작년에 비해 1/3에서 1/4가량으로 줄었는데요. 작년엔 보통 이 시기에 1,000근(600kg)에서 1,200(720kg)근 정도의 수확량이 나왔었는데 올해는 400근(240kg)에서 500근(300kg) 정도의 수확량 밖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보면 몇백 kg의 수확량을 보면서 많이 나왔는데 징징거린다 하실지 모르겠으나 아마 농사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아실 겁니다. 고추를 5,000주 심어서 이정도의 수확량이면 얼마나 터무니 없는 수확량인지요. 농사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한 두번의 농사로 한해를 먹고 살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확량이 적어지면 그만큼의 손실을 메우기가 어렵습니다.

다음 작물을 하기까지 텀이 너무 길기때문이죠. 작물을 심고 키우기 까지 최소 100일 이상은 걸리는데 그때에 들어갈 농사자금을 전 작물의 판매금에서 충당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전 작물에서 수확량이 적거나 단가가 낮아 수입이 재대로 없으면 농사자금을 댈 수가 없기 때문에 빚을 지게되지요. 그러면 농사를 이어가더라도 이자를 갚아야 하기때문에 또 다시 수입이 줄어듭니다.

그게 반복되고 오래가면 망하는 겁니다. 흔히 시골에서 농사를 지은다고 하면 가난하다고 생각하시는데 뭐, 크게 틀린말은 아닙니다만, 또 그렇다고 맞는말은 아닙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수입이 한번에 몰아서 들어오고 그걸 나눠서 쓰다가 다시 수입이 한번에 몰아서 들어오기 때문에 수입이 들어오지 않는 시기에는 가난합니다.

하지만 수입이 들어오는 시기는 조금 유복하지요. 밀린 고추농사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꾸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흘렀는데요. 아무튼 올해는 날씨의 영향으로 대체적으로 고추 수확량이 적습니다. 그로인해 고추가격이 오를것 같은데요. 고추 뿐만 아니라 다른 작물들 특히나 야채들의 가격이 상당히 올라서 쉽게 내려오진 않고 있습니다. 추석도 다가오는데 빨리 물가가 안정되길 바래봅니다. 아, 그래도 개인적으론 고추가격이 올랐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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