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의 초양극화, 수도권 아파트만 오르는 이유는 뭘까?
최근 주택시장의 키워드는 한마디로 '탈동조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역과 상품에 따라 다르게 움직이는 각개전투시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인데요. 그동안 주택시장은 함께 움직이는 동조화 현상이 강했지만, 요즘 들어선 완전 딴판이라고 합니다. 그에 따라 수요자가 느끼는 온도차는 더 심한데요.
올 초부터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거래량이 늘고 가격도 소폭 오름세를 보인 것인데요. 하지만 비(非) 수도 권아파트는 여전히 찬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연립, 다세대주택 등 비아파트는 지역 구분 없이 여전히 위축된 모습을 띠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이러한 주택시장의 초양극화 현상의 원인은 무엇인지 또 어째서 수도권 아파트만 가격이 오르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울, 수도권 아파트 가격만 상승
한국부동산의 아파트 실거래가 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각각 1.65%, 1.1 8% 올랐습니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본다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2차 반등기입니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월 혹은 2월부터 9월까지 1차 반등했으나 그해 10~12월 3개월간 조정을 받았습니다.
특히나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판매 중단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연 5%를 돌파하는 등의 영향이 컸습니다. 하지만 올 1월부터 아파트 가격은 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는데요. 대출금리 하락, 전세 가격 상승, 분양가 인플레이션, 공급 절벽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일부 수요자가 내 집 마련에 나선 결과입니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3, 4월 두 달 연속 4,000 건대를 기록한 데 이어 5월 거래량도 4,404건 (6월 18일 집계)에 달한다고 합니다. 6월 말까지 최종집계하면 5월 거래량은 5,000건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네요. 역대 월평균 거래량이 6,000건 정도인 점에 비하면 여전히 평균에 미달하지만, 고금리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것입니다.
시장 분위기가 침체했던 지난해 12월에는 1,837건에 불과했습니다. 경기 지역 아파트 거래 건수도 3월(1만 115건), 4월(9,823건)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방 아파트 실거래가는 올해 들어 4월까지 0.43% 하락했습니다. 지난해에도 서울(10%), 수도권(6.6%)은 크게 반등했지만, 지방은 0.3% 상승에 그쳤습니다. 서울, 수도권과 지방이 서로 따로 노는 시장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지방은 왜 침체의 수렁에 빠졌나?
지방 아파트 시장 회복이 늦은 이유는 3가지로 꼽을 수 있는데요. 이제부터 그 3가지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넘치는 미분양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넘치는 미분양 물량입니다. 미분양이 많다는 것은 수요에 비해공급이 넘친다는 것인데요. 시장이 일종의 소화불량에 걸린 셈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 1,997 가구로 지방 미분양(5만 7,342 가구) 물량이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합니다. 게다가 '불 꺼진 아파트'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대부분 지방입니다. 실제로 악성 미분양이 많이 쌓인 곳은 경남(1,684 가구), 대구(1,584 가구), 전남(1,302 가구) 등의 순이라고 합니다.
둘째, 젊은 세대의 수도권 상경
주택 주력 매수층인 젊은 세대가 일자리를 찾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상경하는 것도 또 다른 요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은 25~34세 청년 7,600여 명이 지역을 떠났습니다. 가뜩이나 인구가 줄고 있는데, 젊은 층까지 유출하니 주택 수요층이 옅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지방 경제가 튼실하지 않으니, 집값도 당연히 회복이 늦어집니다. 집값은 그 지역 경제 펀더멘털의 또 다른 거울이니까요.
한편 상경 투자가 늘어나는 것도 한몫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의 25%가량이 서울 거주자 밖의 외지인이 매입했다고 합니다. 첫 조사가 이뤄진 2006년 외지인 매입 비율은 17.6%에 그쳤으나 2018년(20.3%)부터는 계속 20%를 초과하고 있습니다. 사람도 투자자도 서울 등으로 올라오니 지방 경제는 물론 부동산 경기도 시름에 빠지고 있습니다.
셋째, 가격 메리트 없는 지방 아파트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쇼크 속에서도 지방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덜 하락한 것도 회복이 더딘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2년 당시 서울 아파트 가격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한 해 동안 22%, 인천과 경기는 23% 정도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지방은 10.5% 하락하는 데 그쳤는데요. 지방은 투자 수요보다 실수요 성격이 강하다 보니 금리나 통화량 영향을 덜 받기 때문입니다.
4월 현재 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 아파트 가격 고점(2021년 10월) 대비 하락률은 서울 17.1%, 수도권 19.2%에 달하지만, 지방은 10.8%에 불과합니다. 아파트 가격이 덜 하락했으니 가격 메리트가 크게 드러나지 않아 강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지방도 시차를 두고 서울과 수도권 시장을 따라갈 가능성이 있으나 과거보다는 속도가 늦지 않을까 판단됩니다. 그 이유로는 시장 흐름을 예측하는 선행지수 격인 실거래가 잠정지수가 약세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5월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실거래가 잠정지수는 서울(0.76%), 수도권(0.20%)은 플러스를 보였으나 지방은 -0.3 6%로 나타났습니다. 지방에선 아파트 전세 가격조차도 약세라고 합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를 보면 지방(5대 광역시 기준) 아파트 전세 가격은 올 들어 5월까지 0.65% 떨어졌습니다. 한국 건설산업연구원도 최근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수도권 주택시장은 보합세를 유지하겠지만 지방은 하락(-2.5%)을 예상했는데요. 따라서 지방은 당분간 매물 소화 과정 속 바닥 다지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빌라 등 비아파트는 구조적 불황?
비아파트는 전세 거래 실종부터 구조적 불황이 시작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빌라 전세 사기 후유증이 시장에 아직도 남아 있는 셈인데요. 비아파트 전세 수요가 아파트 시장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차별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를 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전세 가격은 각각 2.3%, 1.67% 상승했습니다. 그렇지만 연립주택이나 단독주택 전세 가격은 그렇지 않은데요.
연립주택은 같은 기간 서울은 0.1%, 수도권은 0.19% 각각 떨어졌습니다. 연립주택 전세 가격 하락은 수급 불일치에 기인합니다. 세입자는 깡통 전세가 두려워 월세를 찾지만, 집주인은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서라도 전세 세입자를 찾아야 하는데요. 이처럼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엇박자가 나는 셈인 것이죠. 어찌 보면 위험 을 피하려는 세입자의 생존 본능이 작용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연립, 다세대주택은 지역 구분 없이 위축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의 5월 연립, 다세대주택 실거래가 잠정지수에 따르면 전국은 보합세(0.09%), 수도권은 약 세(-0.17%), 서울은 강보합세(0.50%)로 조사됐습니다. 빌라전세 사기 여파로 매매시장까지 맥을 못 추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동산시장, 착시현상 경계
인구 감소 시대,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이 양극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와 비아파트, 수도권과 비수도권뿐 아니라 서울 내에서도 강남과 강북의 차이가 극심해졌습니다. 인구와 자본이 몰리는 지역이 인구 감소 영향이 덜할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요즘 부동산시장의 양극화는 인구 충격에 대비해 상대적 안전지대에 자산을 파킹(Parking)하려는 수요자 움직임의 일환일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으로 크게 유입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때문에 시장이 무차별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지역과 상품 특성에 따라 각개전투 양상을 보이는 것입니다. 부동산시장이 갈수록 분화하는 만큼 전국 산술적 평균치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됩니다. 자칫 한쪽만 보고 전체로 착각하는 착시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부동산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선 지역과 상품을 세밀하게 조사해야 합니다.
오늘은 주택시장의 초양극화 현상의 원인은 무엇인지 또 어째서 수도권 아파트만 가격이 오르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인구감소 시대, 수도권으로 인구는 몰리고 지방은 인구 및 인프라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로 인한 지방의 경기침체 또한 나날이 커지고 있는데요. 이럴 때일수록 투자를 고민할 때 더욱더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신중히 투자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