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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지

9월 고추농사 마무리와 고춧가루시세의 변동

by 감성총각 2017.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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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적었던 고추농사일지 이후로 또다시 한달이 지났습니다. 아니, 이번엔 약 두달 가까이 지나버렸네요. 농사일이 바뻤다는 핑계아닌 핑계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9월은 고추농사를 마무리 짓는달 이었습니다. 보통 수확량이 좋을땐 8월말에서 9월 초에 고추농사를 마무리 짓지만 이번해에는 고추농사가 워낙 힘들어서 수확량도 적었고 병충해도 많아서 팬매용 고추 이후 남은 고추를 익을 때까지 두어 저희가 먹을 파물고추까지 수확하고 고추농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번에 수확한 파물고추는 말 그대로 남은 고추를 전부 익을때까지 기다렸다가 따는 것이기 때문에 병이 든 것도 많고 썩은것 벌레먹은것 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판매용으로는 절때 사용하지 않습니다. 수확량이 많을때 에는 파물고추를 따지 않을때도 많지만 이번해에는 판매용 고추는 겨우 1,000근정도 밖엔 못 땄고 저희가 먹을 고추는 단 하나도 따지 못했기에 이번 파물고추를 다듬어 저희가 먹을 고춧가루를 밯을 계획 입니다. 물론 병충해를 많이 입어서 좋은 고추만 고르는 작업도 해야하니 거르고 거르다 보면 저 많은 고추에서 얼마나 남을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저희도 김장은 해야 하니깐요. 그리고 파물고추라고 해도 병충해가 좀 많이 먹었다는 것만 빼면 다른 고추와는 다를것이 없기에 충분히 좋은 고추입니다. 상품성이 떨어져서 그렇지요.



8월 초에만 해도 수확량은 없었어도 이렇게 싱싱했던 고추가 이제 농사를 마무리 지을때가 되었다는게 아쉽네요. 고춧대를 전부 베어 내고 익은 고추를 따고, 고춧대를 걷어내고 고추가 심어졌었던 사이사이에 배추를 또 다시 심었습니다. 9월은 고추농사를 마무리하고 배추농사를 시작하느라 바쁜 시기였네요.



보통은 9월은 '백로' 라고 하나요? 저희는 백중날 이라고 해서 마을별로 노는날이 있습니다. 이시기의 농촌은 가을걷이를 준비하는 시기이므로 벼농사를 하시는분 들은 조금은 한가한 시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백중날이 있어 저희마을도 어르신들과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는 조촐한 시간도 가졌었습니다.



저희는 고추를 따면 바로 기계로 건조를 했는데요. 태양초 고추가 맛있다는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태양초 고추는 날씨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습니다. 날씨가 맑고 화창하게 받쳐주지 않으면 조금이라도 병이 들어있던 고추들이 눅눅한 날씨에 속이 전부 곪아버리기 때문입니다. 속이 곪아 버린 고추는 흔히 말하는 희나리고추 라고 해서 엄밀히 말하면 먹을 고추로는 분류가 안 되지요. 하지만 장사치들이 나쁜게 그 희나리만을 산다는 것입니다. 버려야 하는걸 사서 고춧가루로 만들고 좋은고춧가루 조금과 색소를 입혀 빨갛게 만들어 상질의 고춧가루라고 속여 팔지요. 지금도 밭에서 일을 하다보면 '희나리고추 삽니다~' 하고 돌아다니는 장사치들이 하루에도 서너번을 보입니다.



그때문에 좋은고추를 생산하는 농민들만 욕을 먹지요. 나쁜고추를 판매한다구요. 물론 장사하시는 모든분들이 이같이 한다는건 아닙니다. 좋은 마음으로 장사하시는분들이 더 많다는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이익에만 눈이멀어 좋지못한 장사법으로 장사를 하시는 일부사람들 때문에 농민들이 욕을 먹고 같이 장사하시는분들도 피해를 보는 것이지요. 특히나 올해같이 고추의 수확량이 적을때는 이런 장사치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것 같습니다.



올해 처음 고추를 수확했을때 농협의 첫 고추수매현장엘 갔었는데요. 그때엔 고추가격이 그리 높지 않았었습니다. 가장 좋은 고추가 근당 8,000원에 거래되고 있었고 새벽 고추시장에서도 6,000원~9,000원 사이로 판매되고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길어지는 가뭄과 갑작스레 쏟아지는 폭우들로 늘어난 병충해로 고추수확량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지요. 그로인해 처음에 농협 고추수매현장에 고추를 가지고 오시던 사람들도 발길이 확연히 줄었습니다. 농협 관계자분들도 이해하시더군요. 올해는 고추수확량이 적어서 가져와만 줘도 감사하다구요.



그렇게 줄어든 수확량 때문에 가격은 점점 올라갔습니다. 처음엔 가장 상품의 고추가 근당 8,000원 정도 하더니 8월 초쯤엔 근당 12,000원 정도로 올라고 8월 말에 접어들었을땐 근당 15,000원을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9월에 접어들면서 가장 상품의 고추가 근당 18,000원 이라는 가격이 책정되었습니다. 물론 이 가격은 농협의 수매현장 가격입니다. 수매가는 도매가와 비슷하거나 더 낮은 금액이기 때문에 도매시장으로 가면 2~3,000원 정도 더 늘어나고 소매가로 가면 거기서 또 3~5,000원 정도 늘어가게 되겠지요.




거기다 마른고추가 아니라 고춧가루로 사면 가격은 또 올라갑니다. 고춧가루시세 는 처음 근당 12,000원 정도로 시작했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가격이 올라가더니 18,000원을 넘어서고 9월에 접어들면서 20,000원을 넘어버렸습니다. 소매로 일반가정에서 마트같은 곳에서 고춧가루를 사시는분들은 가격만 봐도 손이 덜덜 떨리는 가격이 된것이죠. 그나마 다행스러운것은 이렇게 김장양념인 고춧가루가격이 오르면 보통 채소들의 가격은 떨어진다는것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도 고춧가루를 판매하지만 올해처럼 높은 가격은 처음 겪어보았던것 같습니다. 저희는 거의 서울로 직거래를 하는데 초창기부터 꾸준히 구매를 해오시던 분들이 대부분이라서 보통 가격을 높게 받지는 않았었지만 올해는 상당히 손해를 보았다고 할 수 있네요. 저희는 고춧가루를 근당 12,000원 판매를 했었거든요. 위의 표에서 서울 가격이 31,800원 인걸 보면 거의 할인율이 60~70% 정도 되겠네요. 그래서 그랬는지 수확량이 적었던 올해에 비해 주문량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전화통에 불이 나도록 받았았습니다. 가장 상품의 고춧가루를 12,000원에 보냈으니 그럴만 했지요. 하지만 저희가 대형사업장이 아니라 3마지기(600평) 정도의 땅에 심은 고추를 판매하는 사람이기때문에 주문량을 따라가지 못해서 8월쯤에 이미 주문을 더 받지 못했습니다. 수확량만 따라주었다면 더 주문을 받았겠지만, 물론 수확량이 좋았다면 가격이 저렇게 오를 일도 없었겠죠?



그렇게 올해의 고추판매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고추들을 수확하는대로 바로바로 고춧가루로 빻아서 서울로 서울로 택배에 보내기 바빴지요. 올해의 고추수확을 마치고 고추밭엔 이제 배추가 자라고 있습니다. 배추가격도 처음엔 1단에 8,000원 하던게 몇주 사이에 1단에 5,000원 정도로 내려가고 도매가는 1,600정도로 내려갔네요.



배추또한 장사꾼들이 와서 배추를 심기도 전에 일명 밧때기 라고 하는방법으로 높은 가격을 주고 사들였었습니다. 저희 주변에도 계약금형식으로 돈을 받고 배추를 심으신분들이 많으신데 이렇게 가격이 내려가서 자신들의 일정마진 이하로 내려가 버리면 장사꾼들은 그대로 손을 털고 배추를 사러오질 않아버리죠. 그러면 배추를 계약하신 농민분은 계약 때문에 다른곳에 판매도 못하고 시기를 놓쳐서 결국 밭을 갈아야만 합니다. 선계약이 좋기도 하지만 이런식으로 안 좋은 상황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들께서 이런 농사의 속사정까지 알고 먹으실 필요까지야 없으시겠지만 그래도 알려는 드려봅니다. 아무튼 올해 배추가격은 점점 더 내려서 김장철쯤 되면 상당히 내려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배추말고 절임배추를 사서 김장하시는 분들이 많기때문에 절임배추가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절임배추는 개인들이 판매를 하니 정확한 가격통계가 보이질 않네요. 그렇다고 저희가 절임배추 사 본적도 없어서 얼마나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부분에서는 도움을 못드려 죄송합니다. 이야기가 이리저리 새고 왔다갔다 했지만 이렇게 올해의 고추농사를 마무리 했습니다. 유독 가뭄도 길고 폭우도 많아서 병충해 또한 많고 수확량도 적었던 고추농사 였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해 고추농사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어서 다행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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