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비 소식은 몸이 먼저 안다’는 할머니, 할아버지 말씀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그 이유는 바로 비 오기 전부터 콕콕 쑤셔대는 허리 탓인데요. 이처럼 흐린 날엔 허리와 다리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비가 오면 허리가 아픈 이유는 공기 중 습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습(濕) 요통’ 때문입니다.
습요통은 자연 현상이 원인인 만큼 대개 참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본격적인 장마철 비와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 습요통에 대해 알아보고 보름 이상 이어질 장마철도 두렵지 않은 습요통 대처법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장마철 더욱 심해지는 허리 통증, 습요통
습요통(濕腰痛)이란 말 그대로 습한 기운이 몸속에 들어와 생기는 허리 통증을 뜻합니다. 한방에서 원인에 따라 나눈 요통 10가지 중 하나로, 조선 시대 의학서 <동의보감>에 따르면 “지대가 낮고 습한 곳에 오래 머무르거나 비와 이슬에 젖어서” 생긴다고 하는데 차고 습한 기운이 몸속으로 들어와 근육 조직과 신경계를 혼란시키고, 무릎 압력을 높여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름은 ‘허리 통증’이지만, 비가 올 때마다 관절 마디마디가 아프고, 무릎이나 어깨에 통증이 생기는 경우를 모두 포함합니다.
습요통은 평소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습니다. 하지만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여지없이 돌덩이를 매달아 놓은 듯 해당 부위가 무겁고 아픈 것이 특징인데요. 건강한 사람도 습기 많은 곳에 장시간 있다 보면 허리가 뻐근하게 느껴지는 등 습요통과 유사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특히나 연중 습도가 가장 높은 장마철은 습요통이 발생하기 쉬워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습요통이 생기면 대개 나이 탓을 하거나 비가 와서 그러려니 하고 넘기곤 합니다. 하지만 습요통이 계속되면 허리를 비롯해 척추, 골반 등에도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증상이 나타났을 때 잘 다스려야 합니다.
비 오는 날 통증만 참으면 그만?
앞서 말했듯이 비가 올 때만 나타나는 일시적인 증상으로 생각해 습요통을 방치해선 안 됩니다. 통증이 심해지면서 허리 주변 근육과 인대가 비대칭적으로 틀어지고, 심하면 척추신경과 추간판(디스크) 등에까지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인데요.
남들보다 유난히 습요통 증상이 강하게 나타난다면 혈액순환이나 체내 대사 작용이 잘 안 되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습요통이 자주 생기는 환자들은 신장이나 방광 등에 문제가 생겨 소변 등으로 수분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만약 습요통이 유난히 심하다면 내분비내과를 찾아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 볼 것을 권합니다.
혹시 나도 습요통?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올 때, 아래의 증상들을 느껴본 적 있는지 체크해 보시길 바랍니다. 아래와 같은 증상들이 날이 흐리고 비가 올 때마다 나타난다면 습요통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 허리가 무겁다
- 허리가 시리고 아프다
- 손과 발 등 몸이 붓는다
- 소변이 잦다
습요통을 예방하고 다스리는 생활 습관
습요통은 습기가 주된 원인이므로 습한 환경과 몸을 건조하게 하면 통증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습요통을 물리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우리 몸을 지키는 것입니다.
실내 습기를 싹~
계속되는 비로 축축한 실내에는 제습기가 필수입니다. 장마철에는 습도가 80% 이상까지 올라가는 만큼 제습기를 사용해 적정 습도 40~60%를 유지하면 습요통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 여름일지라도 이따금 보일러를 가동해 바닥을 따뜻하게 하여 습기를 말려주는 것도 실내를 쾌적하게 해 습요통 통증 완화에 좋습니다.
몸을 늘 건조하게
습요통 대처의 기본은 몸속에 쌓인 습기를 내보내는 것입니다. 습요통은 몸을 건조하게 유지해야 통증을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때문에 장시간 비를 맞는 등 체내에 습기가 생기는 상황을 최대한 피하고 불가피하게 비를 맞더라도 반드시 몸을 잘 말리고, 주위 온도를 너무 차갑지 않게 유지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잠시라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은데요. 습요통이 심하다면 사우나를 길게 즐기거나 수영장에 오래 머무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 후 흘린 땀도 최대한 빨리 씻어내는 것이 좋습니다.
혈액순환 돕기
습요통이 있다고 해서 가만히 누워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은 금물입니다. 일어서서 가볍게 허리를 좌우로 움직이는 등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서 몸을 풀어주는 편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습요통 통증 완화에 더 나은데요. 한의학에서는 혈액 순환이 원활해질수록 체내에 축적된 습기도 쉽게 빠져나간다고 말합니다. 만약 통증 때문에 몸을 움직이기 어렵다면 허리 및 관절 통증에 좋다고 알려진 두충차도 몸을 따뜻하게 해 혈액순환을 도와주므로 마셔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꾸준한 운동으로 근력 키우기
혈액 순환이나 몸속 대사 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방법 중 제일은 운동이죠. 특히 하체 단련 운동을 권하는데, 하체 근육은 아래로 몰린 혈액을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해 혈액순환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운동을 통해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허리 근육을 강화하면 디스크뿐만 아니라 습요통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거운 중량 운동이나 갑작스러운 달리기 등은 허리의 통증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중에서도 수영은 중력이 덜해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허리 근육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운동입니다. 몸을 유연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돕는 요가도 허리 근육을 단련하기에 적합한 운동입니다.
몸을 항상 따뜻하게
앞서 여러 번 설명했듯 습요통은 차고 습한 기운이 우리 몸속에 들어왔을 때 증상을 발현합니다. 때문에 장시간 비를 맞거나 지하 등 습기 찬 곳에 오래 머무르고 난 후에는 곧장 온수로 몸을 씻어 몸속 찬 기운을 몰아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샤워 후에는 헤어드라이어를 이용해 허리나 무릎 등 쉽게 통증이 일어나는 부위를 중심으로 따뜻한 바람을 쐬어주는 것도 당장의 통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더하여 집안에서도 앉을 때는 방석, 러그 등을 깔아 바닥의 찬 기운이 몸에 스며들지 않도록 하고 무릎 보호대, 찜질팩 등을 통해 관절을 따뜻하게 하는 것도 승요통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기름진 음식 피하기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는 것도 습요통을 악화시키는 나쁜 습관 중 하나인데요. 기름진 음식은 혈관에 쉽게 쌓여 혈액순환을 방해하는데, 이런 순환장애가 체내 노폐물 배출을 막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몸속으로 들어온 습기 배출도 방해한다고 합니다. 때문에 밀가루나 술 등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들도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는 미리미리
일상생활이 힘들 만큼 습요통이 심하거나 비 오는 것에 관계없이 통증이 지속될 때는 반드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이미 앓고 있는 허리 질환에 습한 기운까지 더해지면 고통이 더욱 극심하니 통증이 오기 전에 미리 병원을 찾아 치료하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나이가 들수록 ‘비 소식은 몸이 먼저 안다’는 할머니, 할아버지 말씀처럼 비만 오면 콕콕 쑤시는 습요통에 대해서 알아보고 습요통을 예방하고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는데요. 습요통이 있을 때 비나 정마가 원인이라며 참기만 하지 말고 오늘 알려드린 방법으로 습요통을 줄여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프다면 참지 말고 꼭 병원에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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