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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상식/생활정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봄의 시작점 춘분

by 감성총각 2024.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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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3월의 중반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동장군의 기세는 매섭지만 오늘은 1년 중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고 하는 춘분입니다. 시골에서 춘분은 시기적으로 굉장히 바쁜 시기인데요. 모든 봄의 일이 이 시기에 이루어 지기에 시골에서 춘분은 굉장히 일이 많이 지고 바쁜 시기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봄의 시작 춘분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4절기 중 경칩과 청명 사이의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

춘분이란?

춘분은 24 절기 가운데 네 번째 절기로 경칩(驚蟄)과 청명(淸明)의 중간에 드는 절기로 시기적으로는 양력 3월 21일 전후, 음력 2월 무렵입니다. 춘분은 태양의 중심이 남쪽에서 북쪽을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인 춘분점(春分點) 위에 왔을 때이며 이날은 음양이 서로 반인만큼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가 같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대개 입춘부터 봄으로 여기나 유럽은 춘분부터 봄으로 칩니다. 이 절기를 전후하여 농가에서는 봄보리를 갈고 춘경(春耕)을 하며 담도 고치고 들나물을 캐어먹습니다. 하지만 춘분은 앞서 말했듯 양력으로 3월 21일 전후로 음력으로는 2월이라 꽃샘추위가 남아있어, 때로는 “2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 또는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에서 보듯 한차례 남은 추위는 동짓달처럼 매섭고 쌀쌀합니다.

 

1년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춘분

 

이날부터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았다가 낮이 밤보다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춘분은 1년 중 농사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절기입니다. 기온이 조금씩 오르고 얼었던 땅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농부의 손길이 분주해지며, 논밭에 뿌릴 씨앗을 고르거나, 물꼬를 손질하고 농사짓기 준비에 바쁜 시기입니다.

 

현대 천문학에서는 성도를 만들 때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대부분 성도에 사용되는 좌표계인 적도좌표계의 기준점이 춘분점이므로 춘분날 밤하늘을 기준으로 작성하고, 적도좌표계상에서 별의 경도인 적경도 춘분점을 지나는 자오선을 기준으로 각도를 측정합니다. 현재 춘분점이 물고기자리에 있으나 물병자리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어서 뉴에이지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데요. 황도 12궁은 2000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 춘분점이 양자리에 있던 때에 설정되었기 때문에 지금도 양자리를 첫 번째 별자리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각 문화권별 춘분의 다양한의미

각 문화권별 춘분의 다양한 의미

춘분은 고대 대부분 문화의 날짜 기준이기도 합니다. 이집트, 켈트의 드루이드 할 것 없이 모두 춘분을 기념했으며, 기독교의 부활절도 춘분 축제의 산물입니다. 황소자리가 경배받은 이유도 기원전 2천 년 무렵에는 춘분점이 여기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춘분 이후에 농가에서 봄보리를 갈고 춘경을 하며 담을 고치고 들나물을 캐 먹었다고 합니다. 조상들은 춘분을 '나이떡 먹는 날'이라 부르며 가족이 모여서 송편과 비슷한 '나이떡'을 먹었는데, 아이들은 작게 빚고 어른들은 크게 빚어 각각 자신의 나이만큼 먹었다고 합니다. 또 춘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하면서 마을의 머슴들을 불러 모아 일 년 농사가 잘되길 기원하며 나눠먹었기 때문에 '머슴떡'이라고도 불렸습니다. 그리고 집마다 봄나물과 콩을 볶아 먹었는데, 콩을 볶으면 쥐와 새가 사라져 곡식을 먹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이죠.

 

이스라엘 파스카 축일과 그리스도교의 부활절

 

태양력과 기독교 세계에서도 춘분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예수의 사망과 부활 사건이 있던 파스카(유월절)가 원래 이스라엘 전통에서 춘분 축제에 해당했는데 유대의 전통 달력은 태양태음력이며, 1년의 시작을 춘분으로 잡아서 그 첫 달이 곧 니산월로 니산월 14일이 바로 파스카 축일입니다.

 

유월절을 계기로 예루살렘에 간 예수가 제사장들과 로마 당국의 눈 밖에 들어 처형당했으나 제자들은 부활을 증언했고, 이러한 예수의 역사적 행보를 따라 기독교의 부활절 역시 춘분을 기준으로 날을 계산하는 것으로 전통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태양력을 종교력으로 준용하는 그리스도교에서 부활절은 태음태양력적인 방법으로 날짜를 정하는 유일한 절기라고 합니다.

 

벚꽃이 피는 즈음의 춘분

 

이란, 쿠르드, 중앙아시아, 아제르바이잔의 페르시아 문화권에서는 노루즈(Nowruz)라고 하여 페르시아력(태양력)의 새해로 보는 날이며, 동아시아의 설날과 위상이 비슷하다고 합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춘분 이후 15일을 초후, 차후, 말후로 나누어 현오치(玄鳥至: 검은 새(제비 등)가 오는 때), 뇌내발성(雷乃發聲: 봄비와 천둥이 치는 시기), 시전(始電: 번개가 치는 시기)으로 나누어 구별한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차후가 벚꽃시카이(桜始開)로 벚꽃이 피는 즈음이고, 뇌내발성이 말 후에 있어 5일이 늦습니다. 일본에서는 춘분이 추분과 같이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춘분, 하지, 추분, 동지 등

잘못 알고 있는 절기

24 절기가 음력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와 비슷하게 단오·추석·설·대보름·삼복(초복·중복·말복)도 24 절기로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예부터 설·한식·단오·추석은 24 절기와 관계없이 4대 명절로 지켜왔고, 24 절기인 입춘이나 동지는 계절에 따라 관습화된 세시풍속입니다.

 

여름철 무더위의 대명사로 굳어진 ‘삼복’은 소서(7월 7일)에서 처서(8월 23일) 사이에 있지만 절기는 아닙니다. 하지(6월 21~22일)로부터 3경(3주) 뒤를 초복(7월 11~12일)이라 하고, 초복에서 말복까지 20일이 걸리는데 중간에 월복(越伏)을 하는 경우 30일이 걸립니다.

 

옛말에 어린아이를 가리켜 ‘철부지’라 불렀는데, 이는 어린아이들이 절기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요즘 현대인들이 절기를 잊고 살아간다고 해도 철부지가 돼서는 안 되겠습니다.

 

현대인에게 의미가 퇴색되어지는 24절기

현대인에게 24 절기란

지구온난화로 24 절기가 힘을 잃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절기상 가장 덥다는 대서(7월 22일)가 아니라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8월 7일)였고, 가장 추운 절기는 대한(1월 21일)이 아닌 소한(1월 6일)이었습니다. 이처럼 입춘(2월 4일)부터 대서까지 봄과 여름철에 각 절기의 과거 평균기온이 나타나는 시기가 2~9일 앞당겨진 데 비해 입추부터 대한까지 가을과 겨울철은 4~8일 늦춰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완전히 바뀐다면 절기는 더 이상 소용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24 절기는 단지 ‘농사 달력’을 뛰어넘어 하늘과 땅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생활의 지혜이고, 하늘을 알고 땅을 알아야 한다는 생활철학이기도 합니다. 또 천체 운행의 원리와 이치를 기록한 우주과학이자, 인간의 행동규범을 기록한 사회과학입니다.

 

뭇별은 많은 별 또는 별의 무리를 뜻하는 순우리말 이다

 

오늘은 춘분을 맞아 춘분이 무엇인지 또 춘분에 대한 다양한 문화적 이야기를 알아보고 그에 따라 24 절기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알아보았는데요. 수많은 인공위성이 지구를 돌고 천체를 관측하는 21세기에 더 이상 절기가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별을 본 지가 언제인지조차 모르고, 별이 떠 있는 것조차 까맣게 잊고 사는 ‘별 볼 일 없는 현대인들’ 머리 위엔 오늘밤에도 뭇별들이 반짝거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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