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소화기기관 어디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염증성 질환인 크론병. 크론병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정확히 병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크론병은 15세부터 35세 사이에 주로 나타납니다.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고, 많은 합병증 때문에 환자들이 고생하는 병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 병은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병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약을 잘 복용하는 등 환자의 태도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식습관의 변화로 인해 서양에서만 발생한다고 알려졌던 크론병이 우리나라에서도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젊은 층에서 주로 발생하고, 일단 발병하면 평생을 조심하며 살아야 합니다. 단순한 소화 이상으로만 생각되는 경우가 많아 진단과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데요. 오늘은 이름부터 낯설게 느껴지는 크론병의 원인과 증상 및 치료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원인
크론이라는 의사가 처음 발견해서 이름 붙여진 크론병은 서구화된 식습관이 불러온 재앙으로 불려지고 있는데, 아직까지 발병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마이코박테리아 감염, 홍역바이러스 감염, 소화관 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에 대한 과잉 면역 반응이 원인으로 여겨집니다. 또한 이 질환은 유전적 영향이나 환경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학계에선 환경적 요인, 유전적 감수성이 있는 사람에게서 일반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 장 내 세균이 문제를 일으켜서, 소장과 대장이 반응해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에 의해 염증이 발생되고 증폭되면서 소장과 대장에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희귀병으로 여겨지고 있어 "난 괜찮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발병률이 지속 증가하고 있어 누구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크론병과 흡연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크론병에서 흡연이 질병의 발생을 촉진하며, 흡연자의 경우 수술을 받은 후에도 재발률이 높고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증상
크론병의 증상은 환자에 따라 종류와 정도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증상기(복통과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와 무증상기(특별한 처치 없이 증상이 회복되어 아무런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 시기)가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복통은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산통과 유사합니다. 주로 하복부에 나타납니다. 설사는 약 85%의 비율로 나타납니다. 설사 증상은 일반 설사와 같으며, 설사에 고름이나 혈액, 점액이 섞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전체 환자의 1/3에서 체중 감소가 나타납니다. 오심, 구토, 발열, 밤에 땀을 흘리는 증상, 식욕 감퇴, 전신적인 허약감, 근육량 감소, 직장 출혈 등이 나타납니다. 입안의 점막과 식도, 위막에 염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급성으로 발현되면 체온이 상승하고, 백혈구의 수치가 증가하며, 오른쪽 복부 아래쪽에 심각한 통증이 나타납니다.
소장과 대장에 모두 염증이 침범하는 경우가 55% 정도, 소장에만 염증이 침범한 경우가 30% 정도, 대장에만 염증이 침범한 경우가 15% 정도를 차지합니다. 병변 부위는 정상 부위 – 병변 부위 – 정상 부위가 반복되는 듯 건너뛰어 있는 양상을 보입니다. 장이 복벽에 위치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장간막도 두꺼워져 있습니다. 비대해진 림프절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크론병 환자의 90% 이상은 항문 질환이 있습니다. 항문 직장(Anorectal area) 주위에 농양이 생기는 경우가 있고, 이로 인해 치루가 생기기도 합니다. 만성적인 장의 염증으로 인해 누공이 생길 수 있고, 상처와 장폐색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누공과 농양이 장의 벽을 관통하는 큰 구멍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외에 장의 기능 이상과 관련 없이 관절통, 관절염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피부, 눈, 간, 신장에 이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골밀도가 감소하여 골다공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단
크론병은 한 가지 검사로 진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의 증상이나 병력을 듣고 의사의 진찰소견과 함께 혈액검사, 대장 엑스선검사, 내시경, 조직검사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합병증 유무를 관찰하기 위한 CT검사도 시행해봐야 하는데요. 장 내부를 볼 수 있는 내시경과 조직검사가 가장 중요한 진단법 중 하나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크론병의 전형적인 증상은 3가지로 나타납니다. 복통과 설사, 체중감소가 있다면 의심해야 하고, 크론병의 50% 이상에서 항문 병변인 치루나 치핵 등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럴 때 한 번쯤은 크론병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합병증으로는 장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과 누공 그리고 장이 줄어드는 협착, 복부 농양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소아에서 발생했을 때는 장이 영양을 흡수하지 못해 성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데요. 장뿐만이 아니라 눈이나 관절에 염증이 생길 수 있는 매우 복합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장내시경 검사소견이 가장 중요한데, 소견을 보게 되면 길고 깊은 궤양이 띠 모양으로 생기는 종주형 궤양과 주위는 자갈밭처럼 울퉁불퉁 튀어나오는 조약돌 점막 형태가 관찰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외에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아프타궤양(aphthous ulcer) 등이 보일 수 있습니다.
내시경을 통해 관찰되는 장 내부의 변화와 함께 조직검사로 얻은 정보를 종합하여 크론병을 진단할 수 있는데요. 크론병은 흔히 소장을 침범하므로 소장의 엑스선검사도 필요하며, 초음파검사나 CT 촬영은 농양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크론병을 진단할 때 비슷한 양상으로 염증을 일으키는 다른 질환들과 감별해야 하는데, 특히 결핵성 장염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항결핵제를 투여하여 치료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여 크론병과 감별하기도 합니다.
특히 무서운 것은 앞서 말한 장 누공과 협착, 복부 농양과 같은 합병증인데요. 누공이란 장과 피부를 통해 구멍이 생기는 것이며, 협착은 염증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면서 장이 좁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복부 농양은 궤양 때문에 구멍이 난 장을 통해 대변 등과 같은 나쁜 물질들이 복부로 유입되면서 고름 주머니를 만드는 것을 칭합니다.
◇치료법
크론병은 완치가 힘들고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지만 일단 치료를 받으면 개선이 됩니다. 크론병의 장기 경과를 보면 처음에는 염증이 발생하고 진행하면 협착이 생기며, 결국 천공형으로 점차 악화양상을 보입니다. 초기에 염증과 협착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하는데, 방치하면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악화되고 그에 따라 삶의 질이 점점 악화돼 조기치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기에 치료하면 증상이 호전될 뿐 아니라 합병증을 사전 방지할 수 있어 정상인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즉 완치가 어려운 질병이지만, 다양한 치료를 통해 완화가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주된 치료법은 약물 치료를 원칙으로 하고, 합병증이 발생하면 수술적 처치를 통해 치료합니다.
1. 약물 치료
1) 항염증제(설파살라진, 메살라민)
주로 장의 염증을 경감시키는 치료의 첫 단계에 사용합니다. 크론병의 유지 요법에 효과적입니다. 투약 시 부작용으로 두통, 오심, 구토, 복통 등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부작용은 주로 치료 초기에 나타나며, 투약을 중단하면 없어집니다.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는 약의 용량을 줄였다가 다시 서서히 늘립니다. 용량과 관계없이 과민 반응으로 생기는 부작용으로 발진, 열, 간독성, 재생불량성 빈혈 등이 있습니다.
2) 부신피질호르몬 제제(하이드로 코티손, 덱사, 피디, 메드론)
강력한 항염증 작용을 하여 치료에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재발을 막을 수 없고, 장기간 투여하면 부작용이 많이 생깁니다. 부작용으로 둥근 모양 얼굴, 여드름, 식욕 증가, 체중 증가, 속 쓰림과 소화불량, 십이지장 궤양, 골다공증, 고혈압, 백내장, 녹내장, 성격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지방세포의 변화로 배가 나오고 팔과 다리가 가늘어집니다. 피부와 혈관이 약해지고, 상처가 잘 낫지 않고, 감염에 대한 저항성이 떨어지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3) 면역 억제제(아자치오프린, 퓨리네톨)
면역 기능과 염증 반응을 나타내는 세포의 기능을 조절, 억제합니다.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들을 공격하는 원리입니다. 투약 후 최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약 3~5개월이 걸립니다. 부작용으로 면역계를 지나치게 억제시켜 저항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알레르기성 췌장염, 탈모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생식세포 억제로 인해 불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전체 환자의 약 15%는 골수 기능이 억제되어 빈혈, 백혈구감소증, 혈소판감소증 등이 나타납니다. 2~3개월마다 혈액 검사를 해야 합니다.
4) 항생제(메트로니다졸, 시프로베이)
농양, 누공, 협착, 수술 전 소장에 있는 박테리아의 성장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메트로니다졸의 부작용으로는 구역질, 두통, 복통 등이 흔하게 나타납니다. 소변 색이 진해지고, 입에서 금속 맛이 나며, 손발이 저린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알코올이 함유된 음료는 약물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금주해야 합니다.
5) 철분제
철 결핍성 빈혈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해 사용합니다. 부작용으로는 구역, 식욕 부진, 변비, 설사 심와부 동통, 소양증이 있습니다. 식사하기 1시간 전에 복용하면 흡수율이 높으나, 가끔 소화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변이 검은색인 경우가 있습니다.
6) 생물학적 제제(레미케이드, 휴미라)
종양 괴사성 인자 알파를 억제하여 점막의 염증 치유를 유도하는 약물입니다. 항염증제, 부신피질호르몬제제 등의 요법에 반응하지 않거나 부신피질호르몬 제제에 의존성이 생긴 경우에 사용합니다. 부작용으로 기회감염(결핵 등)이 드물게 발생합니다.
2. 수술적 치료
치료 도중 수술을 받게 되는 환자는 전체의 약 50% 정도입니다. 3개월 간 약물치료를 해도 반응하지 않은 경우, 독성 거대 결장, 장협착, 누공, 심한 출혈 등의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에 수술로 치료해야 합니다. 수술을 하더라도 나머지 장에 크론병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술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시행합니다.
대장 염증이 심하면 전 대장 절제술 및 영구 회장루를 시행합니다. 전체 대장을 제거하는 대장 절제술을 시행한 후, 복막에 작은 구멍(Stoma)을 만들어 피부 밖으로 소장의 끝을 연결하여 대변을 받아내도록 하는 수술 방법입니다. 환자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소장 부분에 병변이 있으면 소장 부분 절제술을 시행하고, 협착이 생기면 협착 성형술을 시행합니다.
크론병이 완치가 어렵다고 섣불리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태도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충분히 극복 가능한 질환이며, 무엇보다 환자의 치료 마음가짐이나 생활태도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크론병에 걸렸을 때 절망하는 것보단 평생 함께 가야 하는 친구로 생각하고 병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본인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을 하고, 스트레스를 피하며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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